*한국여성재단에서 발행하는 계간지<딸들에게 희망을> 2010년 가을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올해 한국여성재단의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여성관련 현장을 보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번에는 계간지의 한 코너 <여성과 팔짱끼다> 를 맡아서 여성재단에 문화나눔을 후원하고 있는 '조아뮤지컬컴퍼니' 를 인터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문화공연기획사여서 더 재미있는 취재였고, 세상에는 각자의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된 의미있는 기회였습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를 봐주세요~. ^^
[인터뷰 : 여성과 팔짱끼다]
뮤지컬로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를 전하다, 조아뮤지컬컴퍼니
취재/강원화(한국여성재단 기자단WC)
회사이름은 잘 모른다. 뮤지컬 <마리아마리아>를 제작했다고 하면? 그제서야 아~ 하게 되는 기업. ‘조아뮤지컬컴퍼니’가 이번 <여성과 팔짱끼다>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늦여름의 햇살이 여전히 뜨거웠던 오후, 한국은 물론 세계를 무대로 창작뮤지컬 공연계에 기적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작은 거인 ‘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를 만났다.(편집자주)

조아뮤지컬컴퍼니 강현철대표.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가 제작한 작품 중에 여성관련 작품들이 유난히 많아요. 2003년 <마리아마리아>를 시작으로 <줌데렐라>, <더 라이프>, <연탄길> 그리고, 2007년에 딱 한번 제작한 연극 <친정엄마>까지 모두 여성들의 삶을 중심에 둔 이야기예요.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작품들이 그렇게 가는 것을 보면, 제가 여성을 굉장히 좋아하나 봐요.”
스스로 여성스러운 감성의 소유자라 말하는 그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간 이성과 개발 경쟁의 시대를 지나며 사회에서 묻혀버렸던 감성, 돌봄과 공존 등 여성주의적인 가치에 대한 이 시대의 당연한 지향이 아닐까. ‘조아뮤지컬컴퍼니’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전하는 이러한 메시지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이고 감동의 여운을 남기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쯤이면, 여성재단과의 인연도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조아뮤지컬컴퍼니는 오래전부터 여성재단을 통해 문화공연 티켓나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살짝 색안경을 끼고 보자면,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평범한 티켓기부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아뮤지컬컴퍼니의 나눔은 그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사회복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문화사회복지’인데, 제가 공연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업가이고 예술가이면서 궁극적인 정체성은 문화사회복지사랍니다.”
적잖이 놀랐다. 최초의 작품으로 한국 뮤지컬 어워드 4개 부문을 석권하고,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하며 국내외 유능한 뮤지컬공연기획자로 주목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자신의 정체를 ‘문화사회복지사’로 밝히다니,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이 아닌 그 너머에 더 큰 뿌리를 발견하는 순간, 이 당황스러움은 뭔가?
“과거의 사회복지가 먹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문화소외를 해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복지가 결국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때,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자연스럽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조아뮤지컬컴퍼니의 문화나눔은 이 회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콘서트공연기획사 ‘아웃리치코리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당시 학생이던 강현철 대표는 한 선교사님의 활동을 통해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적도기니’를 알게 된다. 그 나라에 학교를 짓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문화콘서트를 기획한다. 보도자료를 돌리고, 방송국도 찾아가면서 손발로 뛴 결과 대성공! 애초에 목표했던 금액을 넉넉히 넘겨 모금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의 첫 작품이었다. ‘돕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무작정 들이댄 것이라고 하는데, 그는 문화의 언어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이후, 새터민이야기, 재소자이야기, 매 맞는 여성들의 쉼터 이야기 등 소외계층에 관한 이슈들을 콘서트공연을 통해 전달하기 시작했고, 공연티켓대신 쌀, 생필품 등을 받아 복지단체에 제공해주는 기부콘서트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의 한장면, 더 많은 자료는 여기기에 있어요^^(www.themaria.co.kr)'>
수화로 노래를 하고, 점자로 이야기를 전하고
2003년 뮤지컬전문공연제작사 조아뮤지컬컴퍼니로 회사를 고쳐 세우고 첫 작품 <마리아마리아>를 세상에 선보일 때도, 그는 첫 공연을 수익금 전액을 복지단체에 기부하는 봉사공연으로 시작했다. 그 후 8년 동안 <마리아마리아>는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뮤지컬로 인정받으며 기록적인 성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성공 앞에 ‘우리가 첫 시작을 선하게 해서 복을 받는 것 같다’는 강현철 대표. 나눔이 먼저인지, 공연이 먼저인지 분간을 의미 없게 만드는 행보라 할만하다. 실제로, 뮤지컬 <마리아마리아>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결과들도 만들어 냈다.
“소외계층이 공연장에 와서 공연을 보는 것과 함께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우선 청각장애인들을 초청한 공연에서 극중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여주인공의 아리아를 수화로 부르기로 했다. 당시 여주인공이었던 배우 강혜성씨는 며칠을 꼬박 수화로 노래를 연습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였지만, 그 공연은 그녀에게 수백 회 공연 중에서 관객과 최고의 호흡을 선물한 가장 감동적인 공연으로 기억되었다. 그들의 도전은 계속되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공연으로 이어졌다. 시각장애인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공연을 보다니…. 당사자인 시각장애인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점자로 실시간 무대 환경을 설명해주고, 노래와 대사에 따른 극중 상황을 안내해주는 점자시스템(오페라를 볼 때 객석 의자 뒤에 붙은 모니터를 통해 설명이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소리만으로도 생생하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현실로 가능하게 했을까? 그들의 창조력은 공연제작에만 발휘되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받고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어느 날 노벨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오보를 신문에서 보게 되는데, ‘죽음의 상인, 생을 마감하다’라는 제목을 보고 충격을 받고 평화를 위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그 책을 읽고, 나는 내가 죽었을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을까? 생각해 보니까 ‘저 사람이 만든 작품은 관객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었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 이후 좋은 메시지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나의 철학으로 굳어졌어요. 얼마 전에는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작품제안이 들어왔지만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철학 때문이죠.”
조아뮤지컬컴퍼니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그 명성에 비해 작고 아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회사의 외형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 까닭에 공연을 가리기도 하고, 공연으로 거둔 수익은 고스란히 작품에 재투자하고 있다.
조아뮤지컬은 여전히 바쁘다. 하반기에는 <마리아마리아> 전국투어 일정이 잡혀있고, 연말에는 <연탄길> 공연, 그리고 내년에 뮤지컬 <친정엄마>도 새롭게 막을 올릴 계획이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국 창작뮤지컬을 수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나눔과 문화복지 활동도 빠질 수 없다. 9월부터는 문화관광부와 함께 <꿈꾸는 문화열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낙도지역 10곳에서 공연한다. 사실 가면 손해다. 배우와 스텝들이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 그래도 간다. 주머니 털어 돈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공연을 통해 나눔 할 수 있는 기회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편의 공연을 즐기는 듯 흥미로웠던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뮤지컬 시장이 관객의 2/3가 여성이에요. 아이러니컬한 것은 남성들이 나오는 작품에는 여성들이 열광하고, 여성들이 많이 나오는 우리 작품에는 여성들의 호응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거죠. 여성들이 희망을 얻고, 메시지를 얻는 작품들인데, 초콜릿 복근만 보지 마시고 여성들이 나오는 공연도 많이 봐 주세요.”
내심 뜨끔한 사람 있지 않은가?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조만간 조아뮤지컬컴퍼니의 공연 하나는 꼭 볼 생각이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 그 아래에 보이지 않는 나눔과 사랑이 있기에 가슴에 콱~! 하고 와 닿는 감동의 메시지가 내 마음을 더 크게 울릴 것 같다.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