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 도움이 필요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다.
추운 날씨에도 얇은 티셔츠 하나와 슬리퍼 차림이셨기에 안스러운 마음에 계속 눈길이 갔다.
그러던 차에 어느 한 아주머니가 내리시면서 할아버지의 두 손에 천원자리 여러장을 꼬옥 쥐어주고 내리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참으로 따스해 왔다.
감동 속에서 계속 꿈틀거리는 내 마음은 목이 유난히 추워보이는 할아버지께 내가 하고 있는 목도리를 전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난 그러지 못했다.

할아버지에게 정말 이것이 필요할까?
혹시 거부하시면 어쩌나?
필요하신지 물어볼까?
다른 사람들이 오바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 드릴까? 내릴 때 드릴까?
드리면서 머라고 말씀 드릴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내릴 역 전에 할아버지께서 내리셨다.

참, 내게 어이가 없었다.
목도리 하나 드리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것이 그렇게 망설여지는지..
할아버지가 내리신 뒤에 이 허탈함은 또 무언지..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가?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한심한가?

마음이 말하는데로 하지 못했더니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했다.
그러다 할머니 한분이 타셨다.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경쟁적(?)으로 자리를 양보하는 나.
그러고 나니 조금 위안이 된다.

참..내..
할아버지, 할머니 보다 결국 내가 흐뭇하자고 내 마음 편하자고 그런거였구나..
사람마음 참 이기적이다. 그치만
앞으로 그런 이기적인 마음은 가고 싶어하는데로 맘껏 가게 풀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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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플로우 강원화